MBTI는 내향적 혹은 외향적, 체계적 혹은 즉흥적. 특정 기준에서 이분법으로 사람의 성격을 나누어 분리합니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성향 지표일 것 같아요. 불안한 시대 속에서 혼란스러운 내 모습이 이해되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까요?
하지만 실제 우리는 겨울에는 빨강, 여름에는 파랑이 번갈아 가면서 끌리기도 하고, 혼자인 게 좋을 때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좋을 때도 있어요. 한없이 계획적으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은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도 있지요.

보라색은 뜨거운 빨간색과 차가운 파란색을 한데 섞어서 만든 색입니다. 우리의 모습도 보라색과 같이 서로 다른 성향들이 공존하는 존재이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고 믿어요.

매년 팬톤 (Pantone)에서는 그 해의 컬러를 지정하는데, 올해는 ‘베리페리 (Very Peri)’라는 청보라색을 선정하였습니다.
보라에서 빨강이 조금 더 농도가 짙은 지, 파랑이 더 농도가 짙은 지 여부에 따라 자주색이 되기도 하고, 청보라가 되기도 하죠. 청보라색은 블루톤이 조금 더 강해 신뢰감 있고 청량하다면, 자주색은 레드톤이 더 강해 지적이고, 고요한 느낌입니다.
우리가 보라색을 닮았다면, 누군가는 청보라색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자주색에 가깝겠네요. 다채롭게 혼재된 우리의 모습, 그 자체로 참 고귀하고 소중한 것 같습니다.

가수 강수지가 불렀던 `보라빛 향기`를 기억하시나요? 외로울 때 보랏빛처럼 그대가 다가왔다고 표현하는 글귀에서처럼. 보라색은 치유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보라색이 좋아졌다면, 상처를 회복하는 중이라고 해요.
보라가 빨강과 파랑을 섞어서 만들어진 색이듯이, 극단적인 감정을 융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심리적으로 균형을 회복하게 해줍니다.
어느 날, 매장에서 조용히 혼자 오신 손님이 보라색 무지로 된 방석을 계속 쳐다보더니 껴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어요.
보라색이 그 손님에게 치유의 색이었기를 바랍니다.

오리고에서도 퍼플은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색이라서 많은 패턴에 배색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심하게 배색해줘야 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원단이 너무 붉거나 차갑지를 않고, 사계절 함께 은은하게 놓여있는 패턴이기를 바랄 때, 보라색을 살짝 배색해주어요. 혹은 레드와 블루를 한 패턴이 넣을 때, 가운데 융화시켜주는 컬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해질녘, 파란 하늘이 붉게 녹아들 때, 가운데 접점에 있는 컬러가 퍼플인 것처럼, 극단을 묶어주는 평화와 치유의 색, 동시에 두 색을 혼합함으로써 나오는 새로움과 변화까지, 올 한 해도 이 매력적인 보라색을 품어봅니다.